[광고 리뷰] 약빤 광고의 경제학 1 - 비락식혜 김보성편
사람은 자극에 노출될수록 무뎌지는 습성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영상, 자극적인 맛, 자극적인 음악 등에 처음에는 크게 반응 하다가도 갈수록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되죠.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영상들은 10년 전의 것들에 비하면 굉장히 자극적이고 말초적입니다. 걸그룹의 춤도 그렇고 드라마의 애정신도 그렇고 뮤직비디오의 구성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광고 역시 마찬가지죠.
여기서 이른바 '약빤 광고'가 출현하게 됩니다. 약빤 광고란 '광고 내용이 일반적인 수준을 넘도록 쇼킹한' 광고를 흔히 말합니다. 약 먹고 미친 상태에서 만들었다는 의미가 내포된 용어이며, 동시에 저 광고를 내도록 허락해준 '광고주'의 아량에 박수를 보내는 일종의 과격한 찬사입니다. 일단 오늘 주인공인 '비락식혜' 광고를 한번 함께 보시죠.
< 팔도 비락식혜 으리의 김보성편 : 대행사 코마코 >
이번 비락식혜 광고를 단순히 웃긴 광고라고 평가한다면 엄청난 오산입니다. 비락식혜는 이 광고 안에 브랜드가 원하는 모든 포인트를 유려하게 담아 냈습니다. 쌀을 이용한 영양가 있는 건강 음료의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경쟁 제품군인 '탄산 음료' 등으로부터 제품을 완전히 차별화 했고, 無 카페인, 無 탄산, 無 색소를 임팩트 있게 언급하여 위와 같은 설정을 더욱 강화 하였습니다. 이 전체적인 광고의 흐름은 '우리 몸에 대한 의리'라는 메인 카피로 확실하게 집중되었습니다. 메세지에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하고, 누구라도 이해 하기 쉽습니다.
이번 광고의 또 다른 의미는 바로, 진부할 수 있는 식혜음료를 젊은이의 음료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비락 식혜는 제품의 소재 자체가 굉장히 진부합니다. 그 누구도 이 제품을 '젊은이가 먹는 음료'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로 어른들이 사 드시거나, 병원같은 곳에 문병 갈때 살만한 제품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광고를 통해서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게 되었다는 것은 브랜드의 관점에서는 굉장한 수확입니다. 런칭한지 오래된 이른바 '대표 브랜드'들은 저마다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시키는 데에 굉장히 열을 올려 마케팅 활동을 합니다. 비락 식혜는 그 젊은 층을 이번 광고를 통해 잡게 될 것으로 보이네요.
이쯤 되면 광고주 얘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광고주인 팔도 광고를 보면 소위 '약빤 광고'들을 적지 않게 제작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 제품의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로 최소한 약을 어떻게 빨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감을 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 여러분들도 잘 아실 예를 두개 들겠습니다.
< 2013 팔도 왕뚜껑 김준현편 : 대행사 코마코 >
< 2012 팔도 남자라면 류승룡편 : 대행사 코마코 >
약빤 광고는 왜 이렇게 히트를 치는걸까요? 저는 그 이유를 약빤광고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당당함' 으로 꼽고 싶습니다. 숨어서 하는 광고의 범람은 소비자와 시청자로 하여금 '광고 노이로제'를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스팸 메일, 스미싱, 업체들의 언론플레이, 파워블로거를 이용한 홍보, 저급하고 감각 없는 PPL 등등 뒤에 숨어서 광고하는 것들에 대한 염증이 극심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냥 대놓고 '우리 물건을 사!' 라고 말하는 광고에 오히려 반가운 맘이 드는 것은 저만의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약빤 광고는 한때 유행했던 진심 마케팅 (Authentic Marketing)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다만, 단순히 '착하고 진실한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는 일차원적 해석을 넘어 소비자에게 자기 브랜드를 알려야겠다는 진심을 전달한 것이 약빤 마케팅의 성공 요인이 된 것이죠. 광고를 광고답게, 홍보를 홍보답게 하는 것도 진심을 통하게 하는 방법이니까요.
팔도가 약빤 광고의 시초도 아니고 모든 것도 아닙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른 회사들의 약빤 광고 사례를 좀 더 찾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