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잠깐 멈추고 쉬어야 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달려갑니다. 그 덕분일지 모르겠지만, 세상이 각박하고 어려워질수록 힐링에 대한 열망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힐링을 해야한다는 생각 조차 강박관념으로 다가올 때조차 있을정도로 '쉬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말이죠.
많은 사람들이 삶을 '달리기' 혹은 '마라톤'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사실 달리기만큼 재미 없는 운동도 드물죠. 동작도 단순하고 공격 수비도 없고, 그냥 달리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달리기는 모든 운동중에 가장 기초가 되는 기본중에 기본이기도 합니다. 어떤 운동선수들간에 달리기 연습을 안하는 선수는 없을껍니다. 예전에 TV에서 본 바로는 심지어 프로게이머도 달리기 훈련을 한다고 할 정도죠.
여기에 그 '인생 달리기'를 그린 노래가 있어 소개 드립니다. 이 노래는 소개한다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유명한 곡이라서 사실 글을 쓰기도 좀 뭐한데요, 노래 제목은 '달리기' 입니다.
< 노땐스 골든힛트 앨범커버 : 꽤나 그들답다 >
달리기는 '노땐스'라는 앨범에서 처음 발표 되었습니다. 노땐스는 1996년 윤상과 신해철이라는 두명의 걸출한 인물에 의해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인데, 일단 윤상과 신해철이라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굉장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윤상의 귀공자 같은 이미지와 신해철의 야수같은 이미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사적으로 친분을 유지해왔고 음악적으로도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기 때문에 노땐스 결성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 앨범이 발표되던 당시인 1996년을 돌아보면 가요계는 정말 '대작들의 향연'이었습니다. DJ DOC의 겨울이야기, 여름이야기, 미녀와 야수가 연속 대 히트를 쳤고, 룰라가 '천년지애'와 '3! 4!'를 발표한 해이기도 합니다.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 터보의 '트위스트킹', Re.f의 '찬란한 사랑', 김건모의 '스피드', 영턱스클럽의 '정' 등이 나온 그야말로 한국 댄스의 중흥기였죠. 발라드에서는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라든가, 드라마 파파의 주제곡이었던 뱅크의 '이젠 널 인정하려 해',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 전람회의 '취중진담', 신승훈의 '나보다 조금 높은 곳에 니가 있을뿐' 등등 대한민국 가요의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문제는, 이 엄청난 댄스의 열풍이 과열되어 '단순한 전자음의 반복'과 '고민 없는 샘플링'이 넘쳐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레이브, 테크노, 하우스뮤직 등등 말만 다 다를 뿐이고 실제로는 다 비슷하고 똑같은 '댄스'음악이 되어버렸다는 점이죠. 프로젝트 그룹 노땐스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전자음악 = 댄스음악의 공식을 깨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곡은 윤상이 작곡하고 박창학이 노랫말을 붙였습니다. 원곡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다른 여러 가수들에 의해 커버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커버는 SES 5집에 수록된 곡일것이고요, 그 뒤에 윤상 본인의 3집에도 수록 되었으며, 각종 방송에서 윤하, 소녀시대 등이 커버 했습니다. 여기서 원곡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지만, 라이선스 문제가 있어서 원곡을 들려드리긴 좀 어려울 것 같고, 다른 커버곡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이래빗 (J Rabbit) 이 부른 달리기입니다.
< 달리기 : 작곡 윤상 / 작사 박창학 >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순 없으니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 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수 있다는것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말라와도
할수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 하겠죠
1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 일인걸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 없이 끝이 있다는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 동안 쉴수 있다는것
It's good enough for me. Bye Bye Bye Bye
It's good enough for me. Bye Bye Bye Bye
이 곡은 수험생 응원이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음악으로 많이 활용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가사의 몇몇 부분때문에 자살을 의미하는 곡이 아니냐는 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내용을 뜯어보면 위의 내용과는 꽤나 거리가 먼, 어찌 보면 정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곡입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서두에 말씀 드렸죠? 마라톤에서도 1등은 단 한명 뿐입니다. 1등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그 1등을 바라보며 부러워 하거나, 어차피 저 자리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만약 인생이라는 달리기가 '1등 되기 위한 것'이라면, 1등이 아닌 우리같은 '보통'들의 인생은 그저 불행하고 견뎌야만 할 일인 것일까요? 그렇다고 달리기를 멈춰야 할까요?
우리 모두에겐 변치 않는 약속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겨워도 힘들어도 이 달리기는 언젠가는 확실히 끝난다.' 이렇게 달려도 저렇게 달려도 어차피 끝나는 날을 나는 알 수 없으니, 오늘 하루를 담담하고 차분하게 달려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1등을 못해도, 원하는 것이 지금 손에 쥐어져있지 않아도, 힘들고 지쳐 낙망하고 넘어져도 결국 삶은 살아지고, 이 모든 것이 끝난 후에야 끝이 난다는 지극히 '관조적'인 곡인 것이죠.
여러분의 달리기는 어떻습니까? 언젠간 끝날 이 달리기를 대강 걸으면서 끝내려고 하십니까? 아니면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게 사력을 다해 뛰려 하십니까? 정답은 없습니다. 자기의 삶이 그 결과를 말해줄 뿐이겠죠.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모든 달리기의 끝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 저는 오늘을 가치있게 사는 달리기를 택하였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어떤 달리기'를 원하시는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Bye Bye Bye Bye -
'세상썰기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 개콘 두근두근의 음악 : The Cranberries의 Ode to family. (0) | 2014.07.22 |
---|---|
[음악 리뷰] 반짝반짝 작은별. 단순함과 영원함은 같은 말이다. (0) | 2014.06.07 |
[음악리뷰] 시너맨 (Sinnernan) - 죄인은 참회 외엔 할 일이 없다. (0) | 2014.05.17 |
조용필의 꿈 - 당신은 어디에 귀 기울이고 계신가요? (0) | 2014.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