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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썰기/잡썰

[축구] 홍명보 감독 유임. 6개월 뒤 결과로 평가하겠다.

 홍명보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의 유임이 최종 발표 되었습니다. 모두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만 막상 이렇게 공식 발표가 되니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홍명보 감독의 의사결정 방식이나 엔트으리 축구로 놀림감 되고 있는 선발진 구성, 경기 전술 구성의 부족함 등이 이론의 여지 없이 지탄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물론 홍명보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것은 과합니다. 홍명보 감독의 뒤에는 축구협회가 버티고 있고, 많은 미디어에 보도 되었다시피 팀의 운영과 선수 선발 등 축구협회가 엄청나게 많은 부분에 간섭했을 정황이 여기 저기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최근 SNS등을 통해 이슈가 된 '무자격자를 꼭두각시 감독으로 앉힌 축구협회 (김현회 기자)' 라는 김현회 칼럼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위해 지난 몇주동안 나름의 핑계를 떡밥으로 던져놓았습니다. 그 핑계는 크게 3가지 정도입니다.

 ① 홍명보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있다.

 ② 아시아컵이 불과 반년 남은 상태에서 국가대표팀의 감독 교체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③ 20세이하 청소년월드컵 8강,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성과를 참작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전 직후와 귀국 직후 두번에 걸쳐 축구협회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감독은 그만두려고 하나 조직에서 놔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 '재신임'이 아니라 '사퇴 반려'의 성격이 더 크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쉽게 말하면 '너에게 다시 기회를 줄께'가 아니라 '그만 둘 생각 하지 말고 날 위해 일단 거기 좀 더 있어'라는 의미인 것이죠. 관료화 되고 정치화 된 조직에서 흔히 나타나는 '임시직' 역할을 부여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홍명보감독 개인의 입장에서도 사실은 유임이 더 나은 선택입니다. 영광스러운 현역 은퇴 직후 어쨌든 국가를 대표하는 팀을 맡아서 기대하지 않았던 성과를 올려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지금의 홍명보에게 월드컵은 경험과 능력에 비해 너무 과한 과업이었고, 그에게 더 많은 지도자 교육과 실제 감독의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죠. 애초에 홍명보 감독이 먼저 축구협회에 '내가 2014년 월드컵 감독이 되겠습니다. 저를 뽑아주세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축구협회의 필요에 의해 대표팀 감독이 된 이상, 이번 월드컵 실패를 순전히 그의 과오로 돌리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을 홍명보의 유임을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감독 자른다고 무슨 문제가 해결 될 것도 아니고, 국내 리그 감독 빼가기는 축구팬으로써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고, 외국인 감독에게 팀을 맡기자니 6개월 앞의 아시안컵이 당장 문제입니다. 코치 대행체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뿐이죠. 다른 신임감독을 데려와서 아시안컵에서 안좋은 결과가 나오면 이젠 방패막이도 없이 축구협회가 독박을 쓸 상황이니 축구협회 입장에선 당연히 홍감독을 유임 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답은 정해져있던 것이죠.

 

 오늘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의 기자회견 덕분에 어쨌든 6개월 후를 지켜봐야 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그냥 남의 일인 것처럼 마음 편히 기다디려고 합니다. 원래 축구는 우리 대부분에게 아주 가끔씩만 중요한 일이었고, 우리 일상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았으니까요. 홍명보 감독이 광고하는 후시딘 보호막 치고 내년 1월 아시아컵 결과를 지켜 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