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모두가 습관적으로 뉴스를 보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해서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 자그마한 희망의 불씨라도 남아있을까? 이성적으로야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랬던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꼴을 보며 그들의 미개함을 욕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보다는 이 어두운 감정이 더욱 증폭되어 우울함으로 번져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영원히 슬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겨준 거대한 교훈들을 그냥 잊게 될까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묻어두지 말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끝까지 집요하게 잡아내고, 이런 사고가 있게 한 시스템을 개선해내야만 죽어간 영혼들을 하늘에서 만날 면목이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최근 부는 노란리본 운동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겠죠.
보통 두가지 방법으로 언론은 분위기를 반전시켜오곤 했습니다. 두가지중의 첫번째는 '미담'입니다. 아픔 속에서도 자기의 삶을 아끼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룰수록 국민들의 '화'가 누그러 들 가능성이 큽니다. 미담 사례를 발굴해서 지속적으로 보도할 수만 있다면 이 부정적인 여론도 빨리 가라앉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세월호 사건에서 미담을 발굴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 실종자 수색이 다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담을 말해봤자 뒤에 나올 부정적 톤의 기사가 미담의 효과를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두번째인 '화제 전환용 아이템'입니다. 해양수산부 재난매뉴얼 덕분에 요즘은 '충격 상쇄용 아이템'이라는 용어로 많이 불리죠. 흔히들 등장하는 유명인들의 열애설, 연예인들의 신변 이슈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2013년 7대 뉴스. 출처 : 디스패치 >
이번주는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간입니다. 언론사들의 입장에서는 추모의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이 '광고 수익'에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국면을 전환시키려고 할 것입니다. 원래 4~6월은 본격적인 봄 시즌이자 여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굉장히 활발하게 광고전쟁이 펼쳐지는 기간인 데다가. 게다가 올해 6월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을 제대로 누리려면 4~5월에 광고단가를 충분히 올려놓아야 했을껍니다. 광고 단가는 대표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 앞뒤가 보통 높은 편입니다. 예능의 결방은 그만큼 방송사 입장에서는 불리한 조건인거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른바 '백약이 무효' 입니다. 어떠한 국면 전환용 아이템도 세월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희망, 추모의 열기를 꺾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애용되는 안보이슈, 외교이슈, 연예인 이슈 등 역시 미디어를 그다지 점유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역시 마치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이슈가 된 내용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희생자들을 향한 묵념을 먼저 제안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응하는 모습을 보인 내용이었고,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철없는 파란 봄패션 외교만 욕을 들어먹고 있습니다. 이 역시 세월호 관련 이슈라고 볼 내용입니다.
<2014.04.25.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측은 검은 옷으로 조의를 표현, 한국 대통령은 파란 옷을 입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분명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주 돌아오는 5월 첫주의 긴 연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행사들, 6월 월드컵까지 가면 분명히 바다속의 세월호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가 강력히 원하고, 언론이 방향을 전환하면 여론 역시 세월호 이슈를 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대중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우려됩니다.
사고의 단초를 제공한 정부 기관이든 지방자치단체든 어떠한 조직이든간에 확실한 대가를 치루어야 합니다. 만약 관련된 입법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밝혀져야 합니다. 청해진해운이든 뭐든간에 선사에서 잘못된 부분도 철저하게 파헤쳐 들어가야 할 일입니다. 문제는, 이것들을 모두 밝혀내는 데에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년의 기나긴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한 교수님은 여기에 대해서 '잔혹한 예언'이라는 주제의 글로 유족들의 갈 길을 제시해준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 미디어를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이번주에 엄청나게 다양한 국면 전환용 아이템이 튀어나올 것입니다. 이경규 골프 사건은 그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슈들이 하루에 한두개씩 툭툭 튀어 나오면 언론들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매체를 통해 사건을 퍼나를 것입니다. 연예인, 유명인, 외교, 안보, 스포츠 등 필드를 가리지 않고 나올 이슈 속에서 세월호 사고가 절대 언론 매체를 떠날 수 없게 하는 것은 결국 민심의 성난 눈 뿐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직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중입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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