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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썰기/미디어

[방송] 무한도전 레이싱특집. 실패는 곧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무한도전의 또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인 레이싱 특집 '스피드 레이서'는 결국 4명 선수의 전원 탈락으로 안타깝게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유재석의 경유 프로 선수들과 견줄만한 성적을 내 주었고,정준하 역시 9번째 순서로 본선의 진출한 터라 보는 사람의 안타까움을 더 해주었습니다. 노홍철과 하하 역시 완주에 실패하여 아쉬움을 더 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그들의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를 실패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의 실패가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1. 장기프로젝트의 첫번째 실패. 그래서 실패가 오히려 반갑다.

 

  무한도전은 이제까지 댄스스포츠, 봅슬레이, 에어로빅, 프로레슬링, 응원단 등등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과거 장기 프로젝트들의 공통점은 '어쨌든간에 성공적이었다'라는 것이지요. 무한도전 멤버들의 개인 역량을 보면 프로선수가 아닌 '보통 사람'의 수준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의 성공이 일반 시청자들에게 큰 응원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업계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왔던 '럭셔리 과외'의 수혜자들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모든 프로젝트는 크든 작든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최근 많은 무한도전 팬들이 '예전같지 않다'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이 위기감의 근원이 '실패의 부재'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실패라는 것은 우리의 삶 곳곳에 원래 존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오늘의 무한도전이 있게 했던 기본 정신이었습니다. 무모하더라도 도전하며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의미나 목표에 관계 없이 도전해야 한다면 뭐든지 하는 그 정신이 무한도전의 초심이었습니다.

 

  이젠 국내 최고의 스타집단이 되어버린 무한도전이 초심을 지키는 방법은 실패를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는 그 모습이 무한도전입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에만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무한도전의 정체성과 완전히 대치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무한도전의 미션 실패는 곧 새로운 도전의 열쇠가 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줍니다.



2. 진심을 다해 달린 레이스에 후회는 없다.


  이번 레이싱 특집이 아쉬움을 남긴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 시청자들은 멤버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그들이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를 어떻게 재정의 했는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메세지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단지 1등이 되기 위해,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달리던 멤버들은 자기가 후원할 단체를 위해 달리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무한도전 레이싱 선수들이 실제 레이싱에서 우승하기를 기대했다면 너무 과한 욕심이었을 것입니다. 레이싱은 때로는 목숨이 오가기도 하는 위험한 스포츠이고, 그만큼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드라이버 하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매카닉, 스태프들과의 조화가 매우 중요한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무한도전이 응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드라이빙 스킬이나 개인적 열정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돕기 위해 진심을 다해 달렸다는 모습에서 나온 것입니다. 



< 레이싱 탈락 후 세월호 래핑을 어루만지는 유재석. 잊지 않겠습니다. >


 

3. 가상의 세계 무한도전. 살벌한 진짜 세계를 맛보다.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넘어지지 않고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기가 있을까요? 무한도전의 실패는 우리에게 진짜 삶의 규칙을 말해주었습니다. 5개월동안 달려온 레이싱의 끝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은 누구도 몰랐겠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습니다. 잠깐의 방심으로 차가 벽으로 돌진하고, 조금만 욕심을 부려도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우리 삶임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잔인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무한도전처럼 주마다 자기들만의 룰을 만들어 구성해 나가는 게임은 어찌 보면 가상의 세계인 것이죠. 무한도전은 이번 실패를 통해 방송 영역 바깥의 진짜 세상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진정 리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무한도전의 장르를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숨길 수도 없었겠지만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최소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의 방송분은 마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죠.


 

  대박 아이템의 부재, 일부 멤버의 하차 등으로 인해 무한도전의 에너지가 많이 빠진 것도 사실입니다. 또 세월호 관련한 국민적 추모와 애도의 분위기, 2014년 월드컵 대표팀의 실망스러운 성적 역시 방송가에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큰 돈을 들여 준비한 아이템들이 쭉쭉 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자면 방송국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노릇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스쳐 나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예전같이 대박 아이템은 안 터져주고 있지만, 회마다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역시 무한도전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능력이 이번 레이싱 특집 '스피드 레이서'의 실패가 무한도전의 실패가 아닌 성공을 향한 새로운 도전의 시작점이 될꺼라 기대할만한 충분한 근거입니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