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십계명] 3. 스펙은 조작이 가능합니다.
자기 스펙에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자기 스펙이 부족하다 느끼고 불안해 하죠. 그러나 고스펙자는 분명 어딘가 존재합니다. 4점이 넘는 학점과 900점이 넘는 토익,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경력, 온갖 자격증.. 날 작아지게 만드는 화려한 슈퍼스타들이죠.
저는 '스펙'이란 일종의 '식당 간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름의 유명 브랜드 간판도 있고 허름한 동네 밥집 간판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식당에 가서 먹는건 간판이 아니라 음식이라는 것만 똑똑히 기억하면 스펙의 부족함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스펙을 조작해 보겠습니다.
< 연애만 조작하는게 아닙니다. 스펙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 사진 : TVN 연애조작단 시라노 >
1) 내가 저스펙자라면? : 자기 스펙에 대한 '합리적인 핑계'를 마련하셔야 합니다.
저는 졸업 학점이 매우 낮았습니다. 웬만한 중견, 대기업에는 원서를 쓸 자격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 없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나이도 많았습니다. 입사동기들중 가장 나이가 많았죠. 대학교 학사 졸업하는데 10년이나 걸렸습니다. 하지만 낮은 학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핑계를 대면 안되는거죠. 하지만 저의 많은 나이는 어떻게 핑계를 대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만 10년'이라는 그 세월의 경험과 안정성을 오히려 저의 무기로 삼기로 했습니다.
차분히 앉아 생각해보니 대학 다니는 10년간 방황도 했지만 나름 해왔던 것도 많습니다. 고시 공부도 하고, 봉사활동도 했죠. 저는 자기소개서의 방향을 '풍부한 경험'으로 맞췄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다고 어필했죠. 취업하는 사람들이 남성 기준으로 어리면 27살, 많아봤자 32살일텐데 나이 한두살 더 먹어서 손해본 것 보다는 풍부한 경험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면접때의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면접관이 제 프로필과 자소서를 넘겨보시더니 '학점도 안좋고 나이도 많은데 그동안 뭘 하셨나요?' 라고 물어 보셨습니다. 그 질문을 받은 순간 저는 속으로 씨익 웃음을 지었습니다. 10년간 제가 헛되이 썼던 시간을 그대로 말씀 드리고, 그로부터 배운 교훈을 간결하고 자신있게 발표 했습니다. 면접관은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경청하셨습니다.
제 답이 마치니 옆에 계시던 다른 면접관께서 '본인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라는 추가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물론 나이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나이가 가리키는 숫자가 아니라 나이가 주는 경험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발표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취업 되었고 그날 만났던 면접관들중 한명은 재무담당 이사님, 한명은 인사담당 부서장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재무직군에 취업한 것은 아니지만, 그 분들은 분명 저에게 좋은 점수를 주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양한 경험과 좋은 자질을 가진 사람이 저스펙자라면 면접관은 이상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스펙도 떨어지는데 잃을게 뭐 있습니까? 쫄지 말고 무조건 자기 경험과 능력을 보여줄 것만 생각하면 면접관은 그 강점을 통해 약점을 망각하게 될 것입니다.
2) 내가 고스펙자라면? : 진실함과 안정감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고스펙자 분들은 여러분의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곧, 스펙이 증명하지 못하는 다른 부분을 확신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부분은 바로 '진실함과 안정감' 입니다. 화려한 스펙의 사람을 보면 기분은 좋지만 반대로 '능력이 좋은 사람은 인성에서 약점이 있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면접 후 면접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펙이 화려할수록 다른 속성에 대한 기대치도 커진다고 하니 고스펙일수록 더욱 철저한 준비는 필수입니다. 높은 기대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거죠.
진실성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인사담당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거품스펙은 2~3단계 거치면서 슬슬 다 털려나가기 때문입니다. 스펙 인플레이션이 강화될수록 오히려 취업만을 위한 영혼 없는 스펙들을 구분하기가 더욱 쉬워지고 있습니다. 몇해 전, 제가 취업 박람회에 나갔을 때에 학생들마다 유통관련 자격증을 하나씩 다 따서 걸쳐놓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유통에 무슨 좋은 일이 있어 이렇게 자격증을 딴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몇몇 학생에게 이걸 왜 땄냐고 물어봤으나 명쾌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3) 정말 순수하게 놀아서 스펙이 안좋다면? : 시간은 여러분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정말 학생때 순수하게 열심히 놀기만 해서, 혹은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만 날려서 스펙이 안좋다면 어떻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힘과 용기를 드리고 싶지만, 순수하게 놀았던 분들은 똑같은 시간을 자기 미래에 투자한 다른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던 시간에도 나름 얻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 얻은 것을 집중적으로 어필하시기 바랍니다. 분명 세월은 여러분을 그냥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여러분 스스로 그 가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뿐입니다.
위 법칙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에도, 면접에 임할 때에도, 심지어 취업에 성공한 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살아온 삶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주고, 그것을 '나의 자산'으로 기억하는 것은 취업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제가 '스펙 조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조작이 아닌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취업에 꼭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F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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